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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9월 국기원이 제막식을 갖고 공개한 ‘태권도 상징조형물’은 국기원 명소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부족하다.

그리고 국기원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상징물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한계와 문제를 안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상징조형물’의 개요와 특징
국기원 북쪽 앞뜰에 설치한 상징조형물은 하늘을 가르며 뻗어나가는 태권도의 기상과 역동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알려진 이성근 화백의 그림을 모티브로 해서 국기원 CI와 함께 제작했다.

상징조형물은 태권도가 인종과 국경,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세계인을 하나로 이어가는 힘을 강조했다.

2025년 9월 제막식을 갖고 공개한 '태권도 조형물'.

당시 이동섭 원장은 상징조형물에 대해 "국기원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고, 국기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촌 태권도 가족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되어 태권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힐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상징조형물’을 둘러싼 논란
상징조형물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약 7천 만 원을 투자해 만든 조형물이 국기원과 태권도를 대표할만한 가치와 의미를 지녔느냐가 논란의 요지였다.

(1)북한 태권도전당 조형물의 모조품인가?
가장 큰 논란은 1992년 북한이 평양에 건립한 태권도전당의 조형물과 비슷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과 발동작의 방향과 각도가 조금 다를 뿐 ‘뛰어 옆차기’를 하고 있는데다 크기와 모양만 다를 뿐 동그란 원형이 ‘뛰어 옆차기’와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속된 표현으로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태권도를 대표하는 동작과 기술이 여러 가지인데, 굳이 ‘뛰어 옆차기’로 조형물을 만들어 먼저 제작한 ‘북한의 아류’라는 조롱을 듣게 됐다는 푸념도 나왔다.

1992년 북한 태권도전당 정문 입구에 있는 조형물(왼쪽)과 2025년 국기원이 북쪽 앞뜰에 설치한 조형물. 모두 뛰어 옆차기를 형상화했다.

북한의 조형물과 방향을 바꾸다 보니 ‘뛰어 옆차기’를 왼발로 차는 형상이 되었다. 이것을 두고 태권도 시범 베테랑 지도자는 “누가 뛰어 옆차기를 왼발로 차나. 창의성도 없고 유치하다”고 직격했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도 뛰어 옆차기를 할 때는 오른발을 앞으로 쭉 뻗어 찬다는 것.

‘뛰어 옆차기’는 태권도 유단자라면 한 번쯤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날렵한 역동성과 강렬함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상징조형물을 제작하는 과정이 너무 졸속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기원 실무자 및 위원회 간에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쳤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2)꼭 ‘흰색’이어야만 태권도가 지닌 순수와 평화를 상징하는가?
상징조형물은 굳고 단단한 청동으로 만들었다. 그것에 대해 문제 삼을 소지는 없다. 다만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또 도복과 띠 등 모든 부분에 ‘흰색(white)’을 입혔다. 온통 흰색으로 색칠했다.

왜 ‘흰색’으로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흰색이 지니고 있는 순수·청결·평화·결백·구원 등의 의미를 태권도와 연결 지어 담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국기원을 대표하는 사범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국기원 북쪽 뜰에 설치한 태권도 조형물 뒷 모습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징조형물을 온통 흰색으로 입히고 색칠하는 것이 태권도가 지닌 순수와 평화, 결백 등의 의미를 담아내고 태권도 정신과 기백을 표현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 민족은 흰옷을 즐겨 입은 ‘백의민족’이기 때문에 태권도 도복은 흰색이고, 흰색이 지닌 여러 가지 의미를 태권도에 투영·투사하려고 갖은 애를 쓸 것인가. 이것은 ‘부회(府會)’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상징조형물이 온통 흰색이다 보니 빛깔의 조화와 깊이, 정취 등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허리에 맨 띠만이라도 검은색으로 형상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태권도 상징조형물’은 국기원의 명소로, 또 국기원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상징물이 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를 안고 있다. 선뜻 그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