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KTA 상근임원 평균 임기 '1년 7개월'
-총장 유임 장담 못해..
"양 회장 고심 깊어져"

-정총장 '전통적 지지층' 흔들리면 악재될수도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대한태권도협회(KTA) 상근임원(전무이사·사무총장)은 ‘흑역사의 연속’이었다. 규정상 정해져 있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낙마(駱馬)한 경우가 허다했다. 부정비리에 연루되거나 회장과 반목(불화)에 따른 해임과 계약 만료가 주된 이유였다.

근래 30년 동안 상근임원은 17∼18명이 맡아, 평균 임기는 약 1년 7개월. 단명한 셈이다. 2017년부터 4년 동안 임기를 수행한 최창신 회장 체제에서는 3명이 상근임원직을 수행했고, 2021년부터 임기를 수행한 양진방 회장 체제에서도 상근임원직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정문용 총장, 공모 통해 2023년부터 직무 수행

2023년 2월 1일, 대한태권도협회(KTA)는 각 언론 매체에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보냈다.

-대한태권도협회 상근임원(사무총장)에 정문용 前 경북태권도협회 전무이사가 선임되었다. 지난달 공모 절차를 통해 추천된 정문용 총장은 2월 1일부로 업무를 시작하며, 사무총장 임기는 1년이다.

당시 양진방 회장은 주위의 만류와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무총장을 지명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공개 채용을 강행했다. 그 후 사무총장 공모 취지와 심사위원 구성 등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과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양 회장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로 정문용(당시 54세) 전 경북태권도협회 전무이사가 선임됐다.

정문용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총장

정문용 사무총장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는 관점과 성향에 따라 다르다. 특히 라인(line)과 코드(code)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일각에서는 정 총장에 대해 “양 회장의 비서실장이냐”며 농(弄) 섞인 비평을 내놓았지만, 정 총장은 자신을 둘러싼 ‘정통적 지지층’을 기반으로 “흔들리지 않고 일만 하겠다”,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의지를 불태우곤 했다.

총장 직무를 수행한 지 1년이 지난 후 양 회장은 정 총장에 대해 “생각한 것보다 사무국 환경에 잘 적응하며 총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시도태권도협회와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경북협회 전무이사를 지낸 만큼) 그것은 정 총장의 강점이다. 잘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총장은 '유임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정 총장은 1년 계약직이다. 2024년 계약이 연장(유임)되어 1년 더 총장직을 수행한 데 이어 올해 1월 재선에 성공한 양 회장의 신임 속에 또 유임됐다. 이로써 정 총장은 2023년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3년 연속 총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제 관심은 내년 1월, 정 총장이 또 총장직을 수행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정 총장은 내년 1월 계약이 만료되어도 유임되는 것을 확신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양 회장의 숙원이었던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의 꿈이 이뤄진데다 양 회장과 정 총장 간의 관계에 특별한 균열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양 회장과 정 총장 간의 ‘카르텔(Kartell)’를 보면, 양 회장이 정 총장을 또 중용할 가능성은 높다. 쉽게 내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유임을 바라고 있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양 회장 임기(∼2029년 1월) 동안 계속해서 상근임원을 바란다면 그에 따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요건’은 명분과 타당성이다. 양 회장이 정무적으로 부담감을 갖지 않고 계속 해서 그를 중용하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 총장에게 달려 있다. 유임의 명분과 타당성을 정 총장이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이 흔들리는 조짐과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7월,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춘천오픈국제태권도대회 기간에 정문용 사무총장(왼쪽)이 양진방 회장과 경기를 관람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정무적 감각 갈수록 무뎌...양 회장 고심 깊어질 듯

가장 큰 문제는 정 총장을 나름대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갈수록 이탈하는 조짐이다. 양 회장도 요즘 들어 정 총장의 직무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다는 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양 회장이 겨루기 기술위원회 의장과 부의장, 4개 분과 위원장과 가진 면담에서 최근 일련의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면 임기 동안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는 것은 그 자리에 배석한 정 총장에게도 해당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갈수록 정 총장의 '정무 능력'에 대해서도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치러진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선거 당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 중 단 1명도 양 회장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KTA 현안 및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 해결하기보다는 주변 지인들을 의지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변의 이러한 여론을 양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 총장 유임에 대한 고심도 깊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 총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전통적 지지층’(이들은 양 회장과도 관계가 좋음)도 정 총장의 직무 수행을 미심쩍어 하거나 등을 돌린다는 것. 여기에는 정 총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는 것 일수도 있지만 3년 동안 직무를 수행한 정 총장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냉철한 평가가 내재되어 있다.

사무국에서도 정 총장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정 총장 자신은 대회와 심사, 도장지원 등 협회의 실무를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무국 내부에서는 “주로 경기만 신경 쓴다. 해외 출장이 너무 잦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양 회장이 높은 점수를 줬던 사무국과의 소통 및 안정화에도 정 총장이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특히 겨루기-품새-격파 등 대회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기술위원회 임원 간의 불협화음과 임원들의 안일한 직무 행태, 판정 문제 등 총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실무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 총장의 직무 수행과 그에 따른 유임 여부는 이달 초 경남 창녕에서 열리는 우수선수선발대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