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위력격파 분야는 입상하지 못했네요.” (서성원 기자)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정상민 KTA 교육강사)

지난 11월 16일 오후,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최한 ‘2025년 전국태권도장 경진대회’가 끝난 후 기자의 질문에 정상민 강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의 의미는 위력격파 분야를 발표한 지원자의 ‘역량 부족’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말 속에는 태권도 관련 세부 분야(종목) 중에서 위력격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분야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11월 16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백석대에서 주최한 ‘2025년 전국태권도장 경진대회’에서 위력격파 분야 본선 진출자의 준비물.

며칠 후 '위력격파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 의미에 대해 정상민 강사는 “현재 위력격파가 다른 태권도 세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강사는 위력격파 베테랑 선수이자 지도자로, 춘천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를 비롯해 세계태권도한마당과 KTA 위력격파대회에서 수 차례 챔피언에 올랐다. 또 KTA 교육강사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수원(WTA) 강사로 활동하며 위력격파 대중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2024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정상민 선수가 국내 주먹격파 남자 시니어Ⅲ 결선에서 15장의 기왓장을 완파하고 있다. 사진=THE 태권(http://www.thetkd.co.kr)

#위력격파, 그 길고 험난한 여정
지난 7월 12일, KTA가 주최한 ‘2025 춘천 KTA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에서 정 강사는 현재 위력격파의 문제점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호소했다. 위력격파 분야는 아직 그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위력격파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을 넘어서, 태권도인 모두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지난 7월, KTA가 주최한 ‘2025 춘천 KTA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에서 정상민 교육강사가 위력격파의 문제점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국기원 WTA에서 위력격파를 강의하며 3급 연수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력격파를 배워본 적이 있나요?”
“아니오.”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연수생의 95%가 위력격파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태권도 심사를 준비할 때, 또는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본 것이 대다수였다. 그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위력격파는 태권도에서 핵심적인 기술이자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은 빈약하고 부족한 상황입니다. 품새, 겨루기, 기술격파 등은 교재와 교육 자료가 풍부해 체계화가 되어 있지만 위력격파는 여전히 교재나 교육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는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위력격파의 문제는 단지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태권도 교육 시스템이 위력격파 분야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태권도 전체의 균형적인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위력격파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한 도장경진대회에서 정준호 본선 진출자가 위력격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승단심사에서 위력격파의 부재
위력격파의 교육 부재는 승단심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기원 6∼7단 응심자 중에서 위력격파를 배운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다수 응심자들이 위력격파에 대해 교육받지 못한 채 격파 심사를 본다. 그날 그 격파 동작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응심자들이 어떻게 완파를 위한 격파 심사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따라서 위력격파 교육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 강사의 지론이다.

2020년 위력격파 동호회 일격회 회원들이 위력격파 지도법을 익히고 있다.

#위력격파 교육, 선택 아닌 의무화 필요
정 강사는 위력격파의 미래를 여는 첫걸음은 ‘올바른 교육’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021년부터 국기원 세계태권도연수원(WTA)에서 3급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위력격파 교육(2시간)을 실시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위력격파 교육시간을 더 늘리고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 강사는 “3급 사범 연수생들이 위력격파 교육을 받고 자신의 도장으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위력격파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력격파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승품·단 심사 때 품새-겨루기-격파 순서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위력격파가 태권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태권도 지도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 강사의 이 같은 말은 위력격파 분야의 개선을 넘어서, 태권도 전체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위력격파의 발전은 태권도의 진정성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자 태권도의 기술을 더 다양하고 풍성하며, 강하고 보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개척하는 것이리라.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