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노균 선장무예 宗師
전통무예가 현대 사회에서 다시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장무예(禪杖武藝)는 그 기원에서부터 산중 불가(佛家)의 수행 장법(杖法)을 근간으로 삼아 형성된 독특한 무예체계다.
이 무예는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자연–인간–선(禪)이 한 축으로 맞물린 정신적 구조를 지니며, 그 정체성은 산중 수련이라는 독특한 방식 속에서 재확인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선장무예를 재발견한다는 말은 곧 ‘산중 수련’의 철학을 다시 부활시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2025년 8월 10일 오전, 금산 보석사(주지 장곡 스님) 승병장 영규대사가 승병들을 훈련하던 역사적 공간에서 선장무예 창시자 오노균 종사가 수련생을 지도하고 있다.
첫째, 산중 수련은 자연과 합일하는 선(禪)의 실천이다.
산은 의식의 소란을 비워내고 내면의 중심을 회복하게 하는 공간이다. 선장무예 수련자는 고요한 산중에서 호흡과 걸음, 장법의 움직임을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운용하며,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이라는 선적(禪的) 원리를 체현한다. 이는 기술 연마를 넘어 정신의 위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행적 행위다.
둘째, 산중 수련은 도반 공동체를 형성하고 전승 구조를 강화한다.
선장무예는 일정한 문파 내부의 공동체적 학습 구조를 통해 전해져 왔다. 산중에서의 집단 수련은 공동의 호흡과 내적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며, 이는 단순한 친목이 아닌 ‘전승의 공적(公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전통무예가 가질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은 바로 이러한 공동체적 전승 구조에 달려 있다.
셋째, 산중은 기술이 발생한 역사적 원형을 복원하는 현장이다.
선장무예의 장법은 본래 승려들이 수행과 호법(護法)의 방편으로 사용하던 ‘호법장’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산중 수련은 기술이 형성되고 정련된 원초적 맥락을 되살려, 현대 수련에서 잃기 쉬운 정통성과 내적 구조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무예의 존재론적 토대를 되찾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넷째, 자연 환경은 실전성의 가장 완벽한 교본이다.
산의 고도 변화, 습기, 경사도, 불규칙한 지면은 몸의 균형·하체의 안정·힘의 조절을 강제하며, 도장에서 느낄 수 없는 실전 감각을 자극한다. 선장무예의 ‘장법의 중심선 유지’와 ‘원거리·근거리 전환 능력’은 자연 환경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실전성은 인위적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불규칙성 속에서 길러진다.
다섯째, 산중 수련은 도적(道的) 성찰의 장이다.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행(苦行)은 절제·겸손·인내라는 무예인의 덕성을 체득하게 한다. 선장무예의 목적은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보다, 삶을 다스리는 정신의 격(格)을 완성하는 데 있다. 산중 수련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단련하는 도(道)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금산 보석사 주지 장곡 스님께서 불교 산중무예로 전승된 선장(禪杖)을 직접 제작하여 오노균 종사에게 수여하고 있다.
선장무예의 산중 수련은 정신 수행, 전승 구조의 강화, 역사적 원형의 복원, 실전성의 제고, 인격 수양이라는 다섯 축으로 구성된 종합적 무도 체계다. 이는 오늘날의 도장 중심 무예 환경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수련 방식이며, 선장무예가 현대에 다시 살아 숨 쉬기 위한 핵심 의례이다.
다가올 보석사(寶石寺) 송년 모한(冒寒)수련은 이러한 전통적 산중 수련의 의미를 오늘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다시 호명하는 귀중한 장이 될 것이다. 선장무예의 본질을 되찾고, 시대 속에서 그 가치를 재창조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필자 오노균은 고려대하굑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충청대에서 태권도 종주국 최초로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를 기획해 10년 이상 개최해 국가축제로 승화시켰다.
또 김대중 정부 때 남북태권도교류협력사업으로 첫 평양을 방문했다. 특히 오키나와 가라테 원형의 기술 분석과 전퉁무예에 깊은 식견을 갖고 있다.
현재 지역 KBS방송국에서 객원캐스터로 활동하며, 한국나사렛대학교 태권도학과 객원교수와 태권도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