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스승과 제자는 얼마든지 가능
-성장하고 있는 제자들 존중해주며 길 터주는 참된 스승 기대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TV는 사랑을 싣고’가 있었다. 추억 속의 출연자들은 주로 첫사랑 연인과 친구, 그리고 스승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했고, 노랫말처럼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고 여기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며 바르게 인도해준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쌓으며 서로를 아껴주고 깨달음을 얻으며 더불어 성장한 스승과 제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것은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원 남창도장에서 스승 강신철 관장과 제자가 태권도 행사를 하기 전에 서로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계에선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참된 의미를 점점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스승은 일정 기간 자신이 가르친 학생과 선수들이 모두 ‘제자‘라고 생각하지만, 그 학생들과 선수들은 ‘스승’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뿐인가. 혼탁한 세상 속에서 스승과 제자는 이권다툼과 이해관계로 뒤얽혀 불신과 반목이 팽배해지기도 한다. 제자가 스승을 욕하고 배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스승의 본분과 덕목을 망각하고 제자들을 세력 확장과 조직 강화에 이용하거나 이권다툼과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 자들도 있다. 태권도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제자들은 점점 사회적으로 성장해서 그 옛날의 그 제자가 아닌데도, 과거에 갇혀 옛날처럼 제자들을 대하는 몰지각한 스승들이 태권도계에도 있다.
자신이 2-30대 시절에 가르쳤던 태권도 제자들이 이제는 4-50대 기성세대로 훌쩍 성장했다. 태권도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직책)을 맡아 활동을 하는 제자들을 스승들이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이제 태권도 제자들은 그 옛날의 그 제자들이 아니다. 제자들을 가르치던 당시의 자신보다 더 나이가 들었고, 삶의 경험도 풍부해졌다. 또 사회적 지위도 스승과 견줘 모자라거나 뒤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그 제자들을 수십 년 전, 그 옛날의 제자로만 볼 것인가.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면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그에 걸맞게 대우해주면 스승의 권위와 품격이 떨어지는 것일까.
부쩍 성장한 제자들을 높여주는 스승은 자신의 품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부(富)를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제자들에게 무언가를 빼 먹으려고 술수를 부리거나 공식 행사 자리에서 이름을 부르는 등 옹졸한 언행은 삼가야 한다.
공식 행사와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제자를 보면, “길동아”라고 이름을 부르지 말고, “홍 교수”, “홍 위원장”, “홍 사범”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성장하고 있는 제자들을 인정해주며 길을 터주는 스승의 참된 모습을 태권도계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