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태권도장과 어린이집이 줄을 잇고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이 줄어들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장경영 전문가들은 수련생 감소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출산 풍조로 인해 주요 수련층인 어린이들이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레저 스포츠가 각광을 받으면서 태권도의 교육 가치가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태권도장 동승보호자 탑승의무화와 차령 제한 등 법과 행정규제가 더해져 도장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수련생과 응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KTA 도장분과위원회가 2007년 강원도, 울산, 광주, 전북 등 8개 지역의 일선 도장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8개 지역 750명)의 63.3%는 수련생이 100명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60명도 안 되는 도장도 26%가 넘었다. 당시 안용규 도장분과위원장은 “서울과 경기도가 빠져 조사의 신뢰도가 낮지만, 내 생각에는 서울에도 수련생이 100명이 안 되는 도장이 50%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나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종천 KTA 차장(도장 담당 연구원)은 “3년 전 협회에 등록한 회원도장이 1만 개소를 넘었지만 지난해부터 1만 개소가 되지 않고 있다. 폐업이 주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도장 평균 수련생은 60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등록·미등록 도장을 포함해 국내 태권도장은 약 1만 개소. 최근 국내 승품·단 심사 인원은 40만 명이 되지 않는다. 2015년 대비 0.1%(575명)가 증가했지만 품 응심자는 0.3% 감소했다. 품 응심자는 올해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도장경영의 가장 큰 악재는 저출산 풍조. 이 같은 영향으로 전국의 어린이집은 매년 1천 개소가 넘게 문을 닫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어린이집 수가 4만개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신생아 수는 40만 6천 300명으로 1년 전(43만8천400명)보다 3만2천100명(7.3%)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63년 전국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65.2명. 초등학교에 입학한 1988년은 42.5명이었는데,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는 22.4명으로 뚝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학급당 26명이 넘으면 ‘과밀학급’으로 분류할 정도다. 과거 한 반에 50~60명이 빼곡히 모여 공부하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난 20년 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를 보면, 학령인구(미취학자 포함)는 1995년 1172만 명에서 지난해 875만 명으로 25.3%(296만7577명) 감소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67만 명으로, 20년 전 1996년 380만 명과 견줘 30%가 줄었다.
전영만 동국대 학점은행제 교수는 “경기침체와 저출산에 따른 초등학생 감소로 일선 태권도장과 어린이집, 유치원이 폐업하고 있다”며 “수도권의 경우 도장경영난으로 겸직, 이직, 양도, 페업, 인수 운영 등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도장 경영자들은 특성화, 대형화, 소형화, 합병화, 폐업 등 각고의 노력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빗대 김동석 전국태권도장연합회장은 ‘가마솥 개구리’로 비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각종 규제와 저출산 등으로 도장 경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지도자들이 의외로 많다. 제도권과 일부 사람들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군불이 지펴지고 있는 가마솥에 있는 개구리와 같다. 개구리가 뜨거워지는 물에 천천히 죽어가는 것처럼 도장과 지도자들도 그렇게 되지 말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KTA는 15년 전부터 도장지원정책을 추진해 왔다. 연구개발사업과 교육지원사업, 홍보지원사업, 정보지원사업으로 분류하고 태권도 교육이 항구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궁극적으로 회원도장에 이익이 실현되도록 하는 장기적 전략을 펼쳐 왔다.
KTA는 앞으로 지도사범 상설교육 및 지도자전문교육과정 시행, 격파왕 대회 개최, 국민태권무 개발, TV방송 및 홍보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10세 전후 초등학생이 전체 수련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선 태권도계와 제도권이 청소년과 성인층을 어떻게 공략하고 이들을 수련층으로 끌어들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