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태권도원, 세계태권도성지로서 반드시 완성해야 할 과제

[기고] 태권도진흥재단 고재춘 진흥사업국장

태권도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215개국이 함께 수련하는 세계적 스포츠로 성장했다. 동작 하나에도 ‘예(禮)’와 ‘도(道)’를 담아낸 우리의 전통 무예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승격되며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 놀라운 도약의 중심에는 한 사람의 헌신과 외교력이 있었다. 바로 고(故) 김운용 총재다.

김운용 총재는 태권도를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이끌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인 인물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 창립을 주도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1994년 파리에서 열린 IOC 제103차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태권도 세계화의 역사는 곧 그의 삶과 업적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유해는 지금 성남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다. 전 세계 215개국 태권도인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정작 종주국에서는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반면 북한은 태권도 명칭 창안자로 알려진 최홍희 장군을 ‘애국렬사릉’에 안치하며 국가 차원의 예우를 갖췄다. 이 대비는 우리가 문화유산과 인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세계태권도성지를 표방하는 전북 무주의 태권도원에는 김운용 총재를 공식적으로 기리는 별도의 추모 공간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태권도원 내에는 초기 태권도 발전에 공헌한 32인을 기리는 ‘태권도를 빛낸 사람들’ 공간이 조성되어 있으나, 태권도를 세계 스포츠로 완성시킨 김운용 총재의 위대한 업적과 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금도 세계 각지의 태권도 수련생들이 태권도원을 찾고 있는 만큼, 이들이 그의 정신을 기리고 헌화와 참배로 존경을 표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 사진=김운용닷컴.

이제 태권도원이 지닌 상징성과 문화적 자산을 한 단계 더 격상시켜야 할 시점이다. 김운용 총재의 유해를 가족과의 협의를 통해 태권도원 내 상징지구인 ‘명예기림 공간’으로 이장하고, 품격 있는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이는 단순한 기념 사업이 아니라, 태권도의 역사·정신·가치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 공간을 조성하고 세계 태권도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을 세우는 일이다.

추모공원에는 김운용 총재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념 스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추모 정원, IOC·WT·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의 역사를 담은 소규모 역사관, 그리고 세계 각국 수련생들이 헌정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추모 공간 등을 단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매년 9월 4일 ‘태권도의 날’과 연계한 헌정식, 국제 스포츠 외교 포럼 등을 정례화한다면 태권도원은 명실상부한 세계 태권도인의 순례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러한 성지화 사업은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전북과 무주 지역에는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체류형 관광 확대, 교육·문화 콘텐츠 개발 등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와 무주군, 태권도진흥재단이 추진 중인 글로벌 태권도 인재양성센터와 연계할 경우, 국제 스포츠 인재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할 기반도 함께 마련될 것이다.

태권도원의 성지화는 단순히 ‘장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곳에 깃든 정신과, 그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김운용 총재를 태권도원에 모시는 일은 그의 명예를 회복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태권도의 역사와 책임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다. 또한 태권도의 세계화 과정과 대한민국 문화외교의 성공 사례를 후대에 명확히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태권도를 세계 스포츠로 만든 김운용 총재를 이제라도 태권도 성지에 모셔야 한다. 그의 위대한 공헌에 걸맞은 예우와 추모 공간 조성은 태권도의 명예를 바로 세우는 필수적 책무다.”

대한민국 태권도계가 더 이상 이 책임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태권도 세계화를 이룬 김운용 총재가 성지에서 마땅한 예우와 명예를 되찾아야 할 때다. 김운용 총재를 태권도원에 모시는 일은 그 정신을 계승하는 상징적 출발점이며,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선언이다. 태권도원에서 그의 위대한 발자취를 올바르게 기릴 때, ‘세계태권도성지’라는 이름은 비로소 그에 걸맞은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