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과 관련, 야권에선 “두 사이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약속대련(約束對練)’ 논란이 일었다. 이것을 두고 일부 언론은 ‘약속대련’이 태권도 용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련’은 태권도가 처음부터 사용한 용어가 아니다.

#‘대련’은 공방기술 터득하는 무도 수련법

대련(對鍊)은 무도 수련법이다. 대련은 기본 동작과 형(품새)을 연마한 후 공방(攻防), 즉 공격과 방어의 동작과 기술을 적용하는 수련이다. 실제로 사람과 상대하는 과정을 통해 실전성을 익힐 수 있다.

1966년 최홍희가 저술한 <태권도 지침>에 수록된 ‘약속대련’ 내용

대련은 크게 자유대련(自由對鍊), 반자유대련, 약속대련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유대련은 실제로 자유롭게 격투하는 것이고, 약속대련은 사전에 상대방과 상의해 어디를 몇 번 공격하고 방어할 것인지 미리 약속하고 하는 것으로, 1보대련(一步對鍊), 2보대련(二步對鍊), 3보대련(三步對鍊), 좌대련(座對鍊), 족기대련(足技對鍊) 등이 있다. 3보대련은 주로 초심자가 하는 기초 대련으로, 앞뒤로 전진과 후퇴를 하면서 손으로 지르고 막는 기술을 숙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재영 사범(국기원 품새 실기강사)은 “3보대련은 주로 초심자가 한다는 것은 오도관 대련 방식 같다. 중심 이동이 훨씬 어려운데 2-3보대련은 초심자가 주로 하고, 1보대련은 고단자가 하는 것이라는 것은 현대 무술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대련은 단순히 경기규칙에 따라 겨룬다는 의미보다는 수련과 단련의 뜻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1950∼60년대, 대련은 태권도의 중요한 심사 과목이었다. 1962년 11월 국민회당에서 열린 ‘제1회 전국승단심사대회’에서 심사과목은 형(型), 대련(對鍊), 논문(3단 이상)이었다. 따라서 대련은 각 관(館)의 도장에서 자주 행하던 수련이었다.

최홍희는 그가 저술한 『태권도 지침』(1966, 정연사)에서 대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련 그 자체에 연습과 단련의 방법적 개념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서로 약속 하에 기술적 공방이 이루어지고, 이것을 반복하여 상대를 통해 기술을 익혀 나가는 약속대련…상대와 처해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여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대련’은 태권도 용어가 아니다. 일본 무도 용어에서 따와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태권도계에서 말하고 있는 ‘태권도에 선수(先手)가 없다’는 것도 일본 공수도(가라테)에서 따왔다. 여기서 말하는 ‘선수(先手)’는 ‘선방’ 즉 ‘먼저 공격’을 뜻하는데, 이 말은 후나고시 치킨(船越義珍, 1868-1957)이 먼저 사용한 “공수(가라테)에는 선수가 없다”는 말을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병철 박사는 “선제 공격이 위험하니, 허를 보여주거나 어그로(aggro)를 끌어서, 상대 공격을 먼저 끌어낸 후에 받아치는 ‘후의 선’ 개념”이라고 풀이한다.

대련은 태권도가 경기(스포츠)로 발전하면서 상대와 자유롭게 겨룬다는 의미에서 ‘겨루기’로 바뀌었다. 이는 수련 대신 운동과 트레이닝, 훈련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전통 무도 수련과 스포츠 트레이닝을 통한 태권도 수련법의 고찰’(2000,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태권도에서 전통과 현대의 의미는 경기화 단계와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수련이라는 개념과 트레이닝이라는 개념에서 성격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 무도는 수련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무도로서의 목적성을 달성해 나가고, 스포츠는 트레이닝을 통해서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태권도 용어 변경·제정 과정과 의미

태권도의 기본 용어와 기술 용어를 통일하고 표준화하자는 움직임은 1960년대 후반부터 있었다. 수련·경기·시범 용어 속에 일본식 한자표기와 영어, 조어, 외래어, 한자 등이 무분별하게 뒤섞여 혼용되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태권도 용어 정립 및 제정 노력은 1969년(1차), 1972년(2차), 1987년(3차)으로 이어졌다. 대한태권도협회는 1971년 손동작, 차기, 발동작, 지르기, 서기, 막기 등 ‘제정 통일용어’를 발표했다. 과거 용어에서 제정 용어로 바뀐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정권(正拳)→주먹▴평권(平拳)→편주먹▴황축(橫軸)→옆차기▴회축(廻蹴)→돌려차기▴이단축(二段蹴)→두발당상▴상단공격→상체지르기▴중단공격→중체지르기▴하단공격→하체지르기▴기착(氣着)→차렷서기▴사고립(四股立)→주춤서기▴상단수(上段受)→상체막기▴중단수(中段受)→중체막기▴하단수(下段受)→하체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