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은 더 이상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 신뢰를 경영하고 관계를 교육하는 공간이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본질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현대의 태권도 도장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배우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 고민이 쌓일 때, 도장은 교육기관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브랜드로 성장한다."
“관장님, 어떻게 하면 태권도 도장이 잘될까요?”
이번 칼럼은 한 독자의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태권도 지도자들이 이 질문 앞에 선다. 좋은 교육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수련생이 줄거나 학부모의 관심이 낮아질 때 ‘무엇이 잘못된 걸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태권도 도장이 어떻게 하면 잘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사회학적인 답을 찾아보려 한다. 결국 도장의 성공은 기술이나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경영의 균형, 그리고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1. 태권도 도장은 교육기관이지만 동시에 사업체
태권도 도장은 교육서비스기관이다. 아이들에게 예의, 인내, 자신감을 가르치며 인격 성장을 돕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도장은 하나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수입과 지출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영이 안정되어야 교육이 지속된다.
우리는 태권도 도장을 단순한 교육기관으로만 보지 말고, 명확한 수익 구조를 갖춘 교육기업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수익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교육도 오래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태권도 지도자가 ‘교육경영자’의 시각을 가진다는 것은 돈을 좇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결국 경영의 안정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질은 다시 신뢰와 수입으로 이어진다. “태권도 도장은 경기장이 아니다. 배움을 경영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수익이 뒷받침될 때 교육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2. 성공한 도장의 공통점 - 2011년 연구가 보여준 사실
2011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태권도 도장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200명 이상의 수련생을 보유하고 1년 이상 유지 중인 190명의 관장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그리고 395명의 관장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학부모 관리, 지도자, 환경관리, 관원관리, 홍보관리, 프로그램관리, 교육내용의 8가지 요인이 도장의 성공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2001년과 2007년 연구에서 주요 요인이었던 지도자 역량, 입지, 시설, 홍보에 더해 2011년 연구에서는 ‘학부모 관리’와 ‘관원 관리’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태권도 도장이 단순한 수련 공간에서 고객 중심의 교육 서비스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신규 회원 모집보다 기존 수련생의 만족과 관계 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권도 도장들은 성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속에서 성공한 경영자의 본질은 지도자의 교육철학과 태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태권도 지도자가 수련생에게 태권도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3. 학부모가 선택하는 도장은 어떤 곳인가
도장의 성패는 결국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더라도 학부모가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도장은 성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떤 도장을 선택할까?
1) 아이의 변화를 ‘보여주는’ 도장
학부모는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아이의 인사 습관, 자신감, 태도가 변할 때그 교육을 ‘가치 있는 투자’로 인식한다.
2) 지도자의 품격이 느껴지는 도장
실력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지도자의 태도와 인성이다. 아이에게는 따뜻하지만 단호하고, 부모에게는 진심이 느껴지는 지도자일 때 신뢰가 생긴다.
3) 운영이 안정된 도장
수업, 심사, 행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도장은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을 준다. 결국 학부모가 선택하는 도장은 ‘가르침이 좋은 곳’이 아니라 ‘성장이 눈에 보이는 곳’이다.
대구 퍼스트태권도장이 학부모들을 초청해 공개수업을 하고 있다.
 
4. 연구가 말하는 학부모의 시각 - 2020~2021년 연구 결과
2020년 국기원 태권도연구소에 게재된 「태권도 수련생 학부모들의 태권도 수련 결정 및 지지 동기와 만족도에 대한 심층 탐구」는 한 도장에 자녀를 보내는 12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이다.
학부모들은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자녀가 자신감과 신체적 건강을 키우길 기대하고 있었으며, 수련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모 자신의 과거 태권도 경험이었다. 즉, 태권도는 한 세대를 넘어 좋은 기억으로 재생산되는 교육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어 2021년 광주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태권도장 선택 요인을 지도자, 프로그램, 접근성, 이미지, 시설, 비용 순으로 도출하였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도자의 지도력과 전문성, 그 다음은 프로그램의 내용과 효과였다.
이는 학부모가 도장의 규모보다 ‘누가 가르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학부모의 선택은 화려한 시설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향한다. 태권도 도장의 경쟁력은 결국 지도자의 품격에서 비롯된다.
5. 2024년 연구 - 현대 학부모의 선택 기준
2024년 게재된 「유소년 학부모가 인식하는 태권도장 선택속성 중요도 탐색」 연구는 학부모가 도장을 선택할 때의 실제 의사결정을 컨조인트(conjoint) 분석방법으로 탐색하였다.
이 방법은 여러 요인을 조합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해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조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프로그램의 다양성, 지도자의 신뢰도, 안전 및 응급대응, 출결 관리 시스템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특히 유아체육이나 레크리에이션과 결합된 복합 프로그램을 선호했으며, 지도자의 전문성은 단순한 실력보다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해석되었다. 또한 도장의 규모보다 출결 관리와 소통 시스템이 부모에게는 더 중요한 신뢰의 지표로 작용했다. 즉, 현대의 학부모는 태권도장에서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배우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제 태권도 도장의 성공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깨끗한 환경,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교육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지도자의 품격, 학부모의 신뢰, 아이의 즐거움 속에서 완성된다.
도장은 더 이상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 신뢰를 경영하고 관계를 교육하는 공간이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본질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현대의 태권도 도장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배우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 고민이 쌓일 때, 도장은 교육기관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브랜드로 성장한다.
[이용우 필자 주요 경력]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사 취득
-한국체육대학교 석사-박사학위 취득
-대한태권도협회 교육강사
-태권도진흥재단 외부전문강사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무예지도자
-대구한의대학교 출강
-대구가톨릭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