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관 출신의 이관영 사범이 옆차기를 하고 있다. 이관영 사범은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다. 사진=이관영 사범


#태권도를 대표하는 발기술 : 옆차기

태권도의 기본 발차기는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이다. 태권도에 입문하면 주춤서기와 주먹지르기를 배우면서 기본으로 배우는 발기술이다.

옆차기는 몸의 옆을 축으로 다리와 무릎을 빠르게 접었다가 펴며 목표물을 향해 곧게 뻗어(직선) 차는 기술이다. 상대방이 서 있는 모습과 위치에 따라 복부나 옆구리, 명치, 턱, 얼굴 등을 가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나래차기와 돌개차기, 뒤후려차기 등 고난도 발차기 기술이 있지만 옆차기야말로 태권도의 대표적인 발차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권도 유단자의 실력을 쉽게 알아보려면 “다른 발차기 말고 옆차기 시켜보라”는 말이 있듯이, 옆차기는 태권도를 대표하는 발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옆차기에 대해 김상명 국기원태권도시범단 코치는 “태권도를 하는 기념 사진을 보면 대부분 뛰어 옆차기나 이단 옆차기”라며 “가라테 형에서 탈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차기 기술 중 하나가 옆차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전민우 경희대 품새부 감독은 “앞차기가 망치라면 옆차기는 도끼”라고 했고, 허재성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전공 교수는 “태권도의 날카로움을 상징하는 발기술”이라고 평했다.

#이소룡 옆차기 “태권도 옆차기 응용했나”

옆차기는 태권도에만 있는 발기술이 아니다. 중국 무술의 태극권과 형의권 등에도 있고 가라테에도 옆차기가 있다. 물론 태권도 옆차기와는 동작과 형태가 좀 다르다.

1970년대 이소룡(李小龍·Bruce Lee)이 ‘용쟁호투’와 ‘맹룡과강’에서 선보인 옆차기는 그가 창안한 절권도의 발차기 기술이다.

그 전에 이소룡 무술의 토대는 영춘권이기 때문에, 옆차기를 잘 하지 못했던 이소룡이 위력 있는 옆차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태권도 옆차기를 배워서 응용했다는 설이 있다.

이소룡이 옆차기를 잘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도관은 다른 관에 비해 옆차기를 잘했다. 이준구 원로는 청도관 출신이기 때문에 이소룡에게 옆차기를 전수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준구 원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쿵푸에는 옆차기가 없다. 내가 이소룡에게 옆차기를 비롯해 돌려차기, 뒤돌려차기 기술을 가르쳐줬다”고 말했지만, 좀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청도관 엄운규와 이관영, 사제지간 옆차기 추억

태권도 기간도장(基幹道場) 중에서 태권도 옆차기를 가장 잘 했던 곳은 청도관(靑濤館)이다.

청도관 출신의 엄운규 원로는 생전(2015년)에 “뒤돌아 옆차기와 뛰어 이단옆차기는 내가 개발해 잘했던 발차기였다. 열정과 소질이 있는 제자들이 찾아오면 시범을 하며 가르쳐 주었는데, 그 제자 중 한 명이 이관영이다. 발기술을 연마하다가 모르면 나를 다시 찾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옆차기를 제자 이관영 사범에게 전수했다는 것이다.

이관영 사범의 옆차기도 일품이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예식장 건물을 빌려서 예식이 끝나고 나면 의자를 치우고 마루 청소를 한 뒤 태권도를 수련했다. 엄운규 관장님의 특기인 이단 옆차기를 나도 잘해서 칭찬을 받았다. 수련 중 엄 관장님과 대련을 할 때 이단 옆차기를 맞아 바닥에 떨어지면 그 기쁨과 영광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옆차기의 쓰임과 위력, 그리고 약점

옆차기는 말 그대로 몸 옆에서 차는 기술이다. 몸을 돌려 상대방의 정면과 옆을 찬다. 태권도 옆차기는 날렵한 속도와 묵직한 타격을 동반해 다른 무술의 옆차기보다 압권이다.

여러 명과 격투할 때 누군가 정면과 옆에서 달려들거나 상대방이 옆으로 치고 들어올 경우, 또는 상대방이 비스듬히 옆에 있을 때,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발날과 뒤축으로 상대방의 복부와 가슴, 턱과 얼굴을 가격해 쓰러트리는 기술이다. 물론 툭툭 옆으로 차면서 상대방을 견제하거나 밀어낼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단점과 약점도 있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날렵하지 않은 어정쩡한 옆차기는 구사하지 않는 게 낫다. 앞차기와 돌려차기에 비해 상대방을 가격하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고수이거나 민첩할 경우에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몸의 측면을 노출해 허점을 보이거나 다리를 잡힐 수도 있고, 체중을 실어 빠르고 정확하게 기습적으로 차지 못하면 파괴력이 적어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재준 TJ태권도장 관장이 뛰어 옆차기를 하고 있다.


옆차기 응용 기술로는 날아차기와 발붙여 옆차기, 거듭 옆차기, 이단 옆차기 등이 있다. 주로 태권도에서 응용·활용하는 기술이다.

한편 요즘에는 발이 하늘로 향하게 높게 뻗는 속칭 ‘하늘 옆차기’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볼거리 시범용”, “골반 부상 초래”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태권도 기술의 트렌드’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