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신촌에 자리 잡은 <가온태권도장>(관장 김광수)은 특별한 도장이다. 주위의 여느 도장과는 많이 다르다.
가온태권도장은 2015년 4월 1일 개관했다. 그 날이 ‘만우절’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성인전문태권도장’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개관하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오로지 성인만을 대상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위의 의구심과 염려 속에 개관한 가온태권도장은 8년이 지난 현재, 보란 듯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표본 성인전문태권도장’이 된 것이다.
#‘성인전문태권도장’을 개관하게 된 배경
태권도 수련층의 약 90%가 10세 전후 아동이다. 성인 수련층이 1%도 안 되는 현실에서 김광수 관장이 ‘성인전문태권도장’을 지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제가 성인전문태권도장을 내걸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원하는 태권도를 교육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일선 태권도장의 이미지는 대체로 어린이 수련생들을 픽업(pick up)하는 차량 운행을 해야 하고, 태권도의 기술과 지도역량보다는 사범으로서 다른 능력을 원하고 필요로 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싫어서 제가 배운 태권도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태권도장을 개관해 태권도의 교육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저의 의지와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 ‘성인’이어서 성인전문태권도장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김광수 관장이 ‘성인 태권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련생 시절, 성인들이 하는 태권도를 경험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군 제대 후 인터넷에서 ‘외국인 태권도’를 검색하다가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클럽 형태의 도장을 알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서울 용산에 있는 <아리랑태권도장>이었다.
‘아, 이런 도장도 있구나!’ 국내 성인들과 외국인들이 어울려 태권도를 수련하고 모습을 보고 김 관장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제가 보기에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어요. 일선 도장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저에게 충격과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죠. 제 태권도 미래를 설계하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범생활을 하며, 저 만의 도장을 준비하게 되었고, 현재 ‘가온태권도장’이라는 성인전문태권도장을 운영하게 되었죠.”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아파트 밀집 지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곳에 도장을 개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김 관장은 “성인들의 밀집도가 높고 유동 인구가 많은 위치를 물색했어요. 그리고 당시 운영하고 있는 성인도장들과의 거리를 생각하다 보니 ‘신촌’이라는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습니다. 도장을 준비할 당시 신촌 이외에도 다양한 거점 지역을 돌면서 많은 부동산 중개업체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러 번 신촌을 돌면서 도장을 차릴만한 위치를 찾았는데, 운이 좋게도 신촌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건물에 도장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성인도장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존에 도장과는 다른 생각으로 도장의 위치를 찾아보길 제안합니다.”
김광수 관장이 미트 발차기 시범을 하고 있다.
#수련생 남녀 비율과 수련 프로그램
현재 가온태권도장 수련생 중 여성은 75%, 남성은 25% 정도로 여성 비율이 굉장히 높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관장은 “제가 조사해본 결과, 어릴 적 개인의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강요로 태권도 이외 다른 취미생활을 하다가 성인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한 후 자신들이 원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연령대는 20~30대의 비율이 65%, 30~40대는 30%, 그 이상이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온태권도장의 주변에 많은 대학들이 위치해 있고, 젊은 연령층의 유입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니 수련자들의 연령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20명의 외국인들도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미국·프랑스·독일·베트남·중국·스위스·스웨덴 등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여가 생활과 취미로 태권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유학 온 대학생들과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도장을 오는 경우도 있다.
김광수 관장이 미트 발차기 시범을 하고 있다.
가온태권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크게 품새·겨루기·격파에 비중을 두고 있다. 큰 교육과정에서 파생된 것은 기본동작과 미트 발차기, 기술격파, 위력격파로 각 띠별로 수련 프로그램이 나뉜다. 태권도를 취미로 배우고 있는 성인 수련자들에게 특정 부분만 치우친 태권도가 아닌 다양한 수련의 기회를 경험하게 해서 1단(검은 띠)을 취득했을 때 각자가 원하는 전문 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팀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문반에 겨루기·품새·시범단이 있는데, 각 팀들은 일반 교육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고난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겨루기 팀은 활동한 지 8년이 됐다. 학창시절 겨루기 선수로 활동했던 수련생들이 다양한 겨루기 경기를 즐기고 있다. 김 관장은 “가온태권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의 장점은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수련자들과 태권도 전공자, 또는 경험이 있던 수련자들이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태권도를 지도할까.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성인’이라는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많은 지도자들이 성인 교육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만 일반 아이들의 교육과 구분을 두지 않고 교육을 하는 편입니다. 과거 겨루기와 품새, 시범 등 선수 경험이 있던 사범들도 그들에 경험에 입각해 교육을 하는데, 성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수련 방법일 수도 있어요. 아직도 성인들에게 적합한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성인들의 경우, 하루 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서 일하거나 특정 동작만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성인들에게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범들의 다이내믹한 태권도 동작이나 고난도 기술을 지도하면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김 관장은 ‘부상(負傷)’을 가장 경계한다. 성인들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다치지 않고 수련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김 관장은 “어느 누구는 부상은 개인의 부주의에서 입는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100% 완벽한 답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완벽하게 부상을 방지할 수는 없겠지만 도장에서 진행되는 수련 프로그램 안에서 성인 수련자들이 부상 없이 태권도를 즐겁게 배우면서 동작과 기술을 익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성인 태권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 다니는 수련생들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겨루기를 하고 있다.
#성인들을 지도하면서 보람과 고충
가온태권도장에 다니는 수련자들은 태권도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태권도를 즐기면서 수련하는 모습을 볼 때 김 관장은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성인으로서 이들은 언제든지 태권도 말고 다양한 취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태권도장을 떠날 수 있죠. 하지만 오랫동안 태권도에 심취해서 구슬땀을 흘리며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성인전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만족감을 느낍니다.”
고충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 도장에서 지켜야 하는 규정과 지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뜻을 강하게 표현하는 수련자들이 가끔 있다. 또 태권도 수련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태권도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을 적절하게 끊어주고 바로잡아 주는 것도 김 관장이 해야 할 몫이다.
#김광수 관장의 꿈과 목표
김 관장이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는 무엇일까.
“성인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을 정립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품새와 발차기 기술이 과거의 것이라면 과연 현재 성인들에게 적합한 수련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을 해 보게 됩니다. 성인들에 맞는 태권도 수련법들을 정립해 더 많은 성인들이 태권도를 배우는데 무리가 없고, 더 나아가 생활체육 개념으로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는 수련자들이 나올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이제 성인 태권도 전문가로 발돋움한 김 관장에게 성인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담담하게 이렇게 대답했다.“태권도가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왔던 방식의 교육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태권도의 장점을 살리되 태권도가 피트니스(fitness) 산업에서 성인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태권도를 버리고 다른 무엇인가를 주된 프로그램으로 하자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태권도가 더욱 빛나고, 태권도의 장점이 될 수 있는 현재의 태권도 교육과정 을 성인들에게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많은 성인들이 부담 없이 태권도를 즐기고, 더 나아가 평생 취미생활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서성원 기자 tkdss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