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업 / 한국태권도품새지도자협의회 회장]
2025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학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
모 대학의 한 여자 선수가 경기 도중 고난도 기술을 시연하던 중, “악!”” 하는 비명과 함께 경기장 매트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는 즉시 중단되었고, 의료진이 투입되어 그녀는 들것에 실려 나갔다. 단 하루 만에 세 명의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탈락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이 경직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선수 개인의 실수일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 눈앞에는 두께 3cm 정도로 보이는 얇은 경기장 매트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럴 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인데도 두 장의 매트를 겹친 것도 아니고, 단 한 장의 매트만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성인 선수들이 필수 동작으로 사용하는 아크로바틱 기술들 측전, 옆돌기, 뒤 공중 돌기 등 을 시연할 때마다 보는 내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것을 선수의 실수로만 돌릴 수 있을까? 자유품새 종목에 안전성 검사 없이 사용하는 태권도 공인 매트. 그것은 1980년대 겨루기 경기장에서나 쓰였던 방식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남아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유품새를 포함한 태권도 경기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용 매트 개발이 시급하다.
안전성 검사를 거친 새로운 매트의 도입과 함께, 그 전까지는 두 장의 매트를 겹쳐 사용하는 방식으로라도 선수들의 발목과 무릎을 보호해야 한다. 부상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
또한, 코치와 감독들 역시 연습 시부터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회보다 연습 도중 부상당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명백히 관계자들의 책임이다. 실제로 세계 챔피언 출신의 한 선수가 과거 수술한 부위가 다시 다쳐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수들의 무릎을 지키지 못하는 경기장 현실
태권도 자유품새는 점점 더 다이내믹해지고 있다. 특히 자유품새와 격파 경기는 회전, 점프, 공중 회전 착지 등 고난도 기술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받쳐줄 ‘바닥’, 즉 매트가 수십 년 전과 같은 EVA 타일이라는 점이다.
EVA 매트는 분명 관리가 쉽고 저렴하다. 그러나 선수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회전하며 도는 기술, 공중에서 양 다리를 벌려 착지하는 기술, 무릎과 발목에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하중. 현재의 태권도 매트는 이 모든 충격을 흡수해낼 만큼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체조는 다르다. 체조 종목의 경기장 매트는 단순한 스펀지가 아니다. 내부에는 고탄성 구조물이 있고, 외부는 고밀도 쿠션과 천 소재로 마감되어 있다. 덕분에 수 차례 회전을 한 뒤에도 착지가 가능하고, 무릎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장비의 차이가 아닌, 선수의 생명과 커리어를 지키는 장치인 것이다.
태권도 자유품새 선수들이 매트 위에서 도약한다. 공중에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돌고 착지하는 순간 충격을 이기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주저앉는 장면을 우리는 종종 본다. 이는 선수의 실수라기보다 준비되지 않은 경기장의 책임이다.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점이다. 태권도의 기술은 고공으로 올라갔는데, 바닥은 여전히 제자리다. 이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부상당하는 선수들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태권도 자유품새 및 격파 경기에 적합한 충격 흡수, 탄성,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춘 3중 구조의 매트 개발이 절실하다. 비용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제는 선수의 건강과 태권도의 미래를 함께 지켜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