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이 동양무예 학자 입장에서 또 다시 ‘강독(講讀)’에 나섰다.
지난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양진방과 함께 하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강독반》(8강)을 진행한 양진방 학자가 이번에는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자 도덕경(道德經)’을 꺼내들었다.
‘양진방 강독반(講讀班)’은 동아시아를 관통하고 있는 무예의 발자취 및 이론과 실제를 통해 무예와 태권도와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순수한 공부 모임이다.
그는 지난 달 중순 ‘양진방 강독반’ 간사를 맡고 있는 엄재영 사범(KTA 교육강사)을 만나 《태권도로 읽는 노자 도덕경》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이종천 KTA 사무처장은 “이제 태권도계도 고품격 인문 강좌가 필요하다”며 반겼다.
3얼 1일 가천대학교 강의실에서 《태권도로 읽는 노자 도덕경》 1강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도덕경 원문 의미에 집중하면서 무예·태권도와 관련된 개념과 의미 재해석 해야”
지난 3월 1일 오후 2시 15분, 가천대학교 강의실. 양진방 학자는 25명의 수강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권도로 읽는 노자 도덕경》 1강을 시작했다.
이날 그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태권도의 인문학적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권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인문학의 범위가 너무 좁다. 태권도 인문학은 사상과 철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고, 90%가 역사인데, 그것도 전통성과 관련된 배타적이고 고립적”이라고 비판한 그는 “이제 태권도는 너무 커졌다. 성장했고 발전했고 성취했기 때문에, 세계화가 된 태권도에 걸맞은 인문학적 깊이와 넓이를 넓혀 인문학적 담론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예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을 열린 시각으로 넓히고 △동아시아 무예의 보편적인 역사·사상·철학·문화적 자산을 태권도의 관점에서 수용하고 재해석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노자 도덕경을 풀이한 책도 많고, 도덕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덕경을 강의할만한 실력이 되나 싶어 부담스럽고 망설여졌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양 학자는 “동양사상(철학) 중 태권도와 가장 관련이 있는 것이 노자(老子)”라며, “노자 도덕경(道德經)은 무술·무예·무도 개념의 사상과 철학의 뿌리(바탕)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경은 “도교와 선(禪)불교 발전뿐만 아니라 명상, 건강, 환경, 우주물리학 등 현대사상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유능제강(柔能制剛), 양생술(養生術), 강유론(剛柔論), 음양론(陰陽論), 동정론(動靜論) 등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2500년 전 노자는 ‘도(道)’를 5000여 자로 정리했다. 이것이 『도덕경』이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도덕경의 내용이 심오하고 관념적이며 형이상학적어서 학자들마다 원문을 정의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도덕경』 원문을 통해 무예와 태권도의 인문학적 영역(범위)을 확장하고, 태권도와 관련된 의미를 어떻게 찾아서 재해석하느냐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도덕경 원문 어디에도 무예·태권도와 관련된 것은 없다”면서도 “도덕경을 단순히 학문적으로 읽지는 않겠다. 그래도 최소한 한자를 해독하고 필요할 때는 주요 한문의 개념을 숙지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큰 틀에서 원문의 의미에 집중하면서 무예·태권도와 관련된 개념과 의미를 우리가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강생들이 양진방 학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어떻게 해석할까
노자의 『도덕경』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도(道)’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도(道)’는 노자와 장자 등 도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던 단어로, 대체로 길·순리·도리·인생·우주 등을 내포하고 있다.
안상헌 작가는 최근에 쓴 『미치게 친절한 동양철학』(행성)에서 “노자는 도가 ‘스스로 그러함’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그러한 것, 우리는 이것을 자연(自然)이라고 부르는데, ‘도’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는 의미가 되고, 억지로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을 살라(無爲自然)’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도덕경』 의 유명한 첫 구절에 나오는 대표적인 문장,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을 어떻게 해석할까. 흔히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상도가 아니고, 명을 명이라고 할 수 있으면 상명이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양진방 학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도(道)를 말로 표현하면 벌써 진짜(常) 도가 아니기 쉽다. 이름(名)이라는 것은 이름으로 부르면 벌써 그 이름의 본뜻을 잃기 쉽다. 천기가 시작할 때는 무(無, 텅빈 상태)이고, 만물이 생겨나면 유(有, 있는 상태)가 된다. 마음을 비우고(無慾) 보면 천지만물의 오묘한 이치(道)가 보이고, 마음이 차서(有慾)이 보면 다양한 사물의 세밀하고 사소한 면이 보인다. 이것이 도(道)의 움직이는 작용이다. 이 두 가지(無·有)는 같은 것인데, 다르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한편, 총 6강으로 기획한 《태권도로 읽는 노자 도덕경》 올해 계속될 예정이다.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