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 / KTA 품새 심판위원회 부위원장]

전국체육대회에 품새 종목이 정식 채택되고, 아시안게임·세계대학선수권대회·세계품새선수권대회가 열리면서 자유품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인품새 선수라 할지라도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서는 자유품새의 문을 두드려야 하기에, 자유품새 전문 선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으로 보상받는 경기 환경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판정이 이뤄질 때 비로소 경기 문화가 정착된다. 나는 그동안 경기 현장에서 느껴온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품새의 채점 규정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자유품새는 공인품새와 달리 △기술력(뛰어옆차기, 뛰어찬 발차기 수, 회전발차기, 연속발차기, 아크로바틱 동작) 6.0점 △연출력(창의성·조화·기의 표현·음악 및 안무) 4.0점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예선-본선-결선의 컷오프 방식으로 진행되며, 본선 8명 중 상위 2명만 결선에 오를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기술 평가의 세분화가 부족해 선수들이 같은 기술을 구사해도 점수가 일률적으로 부여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전발차기의 경우 900도 회전을 완벽히 차도 8~9점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다. 왜냐하면 더 높은 기술 발차기인 1080도 발차기가 있어서 점수부여가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별 기준점과 세부 배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기술 점수 세분화

5점 6점, 6점 7점 구간 등을 0.1점 단위로 세분해 착지·시선·균형 차이에 따른 점수 차이를 부여한다. 회전발차기는 540도(6점), 720도(7점), 900도(8점), 1080도(9점)처럼 난이도별 기준점을 설정하고, 완성도에 따라 0.1점~0.9점 가산하는 방식으로 채점한다.

뛰어옆차기는 도움발 높이·시선 방향에 따라 6~9점 범위로 평가한다. 뛰어찬 발차기는 앞차기(6~7점)와 가위차기(8~9점) 등 난이도별 차등을 둔다.

연속발차기는 겨루기 기술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발차기와 몸의 중심, 속도, 시선 등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한다.

아크로바틱 동작도 기술 복합 정도와 완성도에 따라 점수를 구분한다. 예컨대 측전+백핸드(7.0~7.9점), 측전+백핸드+공중뒤돌기(8.0 ~ 8.9점), 신기술(9.0~9.9점)로 세분화한다.

이렇게 기술별 기준점을 설정하면 심판은 판정이 쉬워지고, 지도자와 선수도 수행 기술의 점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 비디오 리플레이 도입

자유품새는 동작이 빠르고 이동이 많아, 순간적인 반칙이나 실수를 심판이 놓칠 수 있다. 경기 중 두 발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총점에서 3점이 감점돼 순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착지 여부, 경기장 이탈, 넘어짐과 퍼포먼스의 구분 등을 정확히 판정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관을 배치해야 한다. 이는 불이익을 줄이고 판정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선수들이 무대 위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려면 심판의 판정 기준이 명확하고 일관되어야 한다. 공정한 채점과 신뢰받는 판정은 선수, 지도자, 관중 모두가 납득하는 경기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자유품새가 세계무대에서도 더욱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자리 잡기 위해, 채점체계의 세분화와 판정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이봉한 : 대한태권도협회 품새심판위원회 부위원장-경북태권도협회 품새심판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