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예의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이라 불렸던 것처럼 예의(禮儀)를 통해서 상호존중과 이해,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태권도 문화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순간, 먼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는 언제나 인사부터 시작한다. 도장에 들어설 때, 국기에 대한 예를 갖추고 사범님과 동료를 만날 때, 수련을 마칠 때, 늘 인사가 따라붙는다. 인사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태권도의 기본 정신인 예의(禮儀)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반복되는 패턴(pattern)이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인사는 진심일까, 아니면 습관처럼 하는 형식일까?”
만약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빠져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동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태권도에서 말하는 예의는 무엇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진실된 예의란 어떤 모습일까?
1. 한국 전통 사회와 예절(禮節) 교육
우리 사회에서는 옛날부터 예절을 중요하게 가르쳤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나 스승은 아이들에게 “어른 앞에서는 두 손으로 물건을 드려라, 공손하게 말을 해라, 인사를 제대로 해라”와 같은 생활 속 규칙을 중요하게 교육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예의(禮儀)와 예절(禮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의는 마음속 존중과 겸손, 즉 내적인 덕목이며, 예절은 정해진 행동과 규칙, 즉 외형적인 습관으로 인식한다.
과거에는 먼저 예절을 몸에 익히게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예의로 깊어지도록 교육했다. 태권도에서 반복되는 인사 역시 이와 같다. 처음에는 형식일지라도, 수련을 이어가면서 그 안에 존중과 배려가 담길 때 비로소 진정한 예의가 된다.
2. 한자에 나타난 두 가지 ‘의(義/儀)’
義(의)는 옳음, 정의, 도덕과 같은 마음속 기준이며 예절과 의리를 뜻하고, 예의(禮義)는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도입된 영어 “etiquette”, “courtest”의 번역어이다. 儀(의)는 몸가짐, 의식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말한다.
태권도의 예의는 주로 儀에 해당하지만, 義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마음(義)과 행동(儀)이 합쳐질 때 비로소 예의는 진실이 된다. 다시 말해, 義 없는 儀는 겉으로 꾸밈이 있는 형식적이고, 儀 없는 義는 자기 자신만 옳다고 믿는 독선이 될 수 있다.
한자에서 나타난 두 가지 ‘의’가 구분되듯이, 예의에서도 두 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진실된 예의는 마음과 행동이 하나로 이어진 경우로서 겨루기에서 이긴 선수가 환호하기 전에 패자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경기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존중을 표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거짓된 예의는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겉으로는 지도자에게 공손히 절을 하지만, 속으로는 불평과 불만을 품는 경우이다.
이처럼 진실된 예의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존경을 남기지만, 거짓된 예의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잃 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
태권도 품새대회 경기장에서 임원들과 심판들이 예의를 갖춰 상호 존중의 의미로 인사하고 있다.
3. 태권도 정신의 덕목 예의(禮儀)
태권도 정신이란 “태권도인에게 윤리적으로 요구되는 행위 규범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태권도학 연구, 태권도 문화연대), “예의(courtesy)는 ‘세상을 이롭게 함’이고 태권도 정신을 실천하는 덕목이다.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높고 값진 인간의 기본자세이다.”(국기태권도의 위상과 비전, 국기원) 그리고 김기동(바오로 성의사) 대표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는 진심을 담은 예의냐? 아니면 거짓된 예의냐? 그 사람의 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진실된 예의를 가져야 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태권도를 수련하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까?
1. 나는 인사할 때 존중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가?
2.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가?
3. 도장 밖에서도 태권도인답게 예절을 지키고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예의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진실한 힘이 된다.
태권도에서 예의는 단순히 인사하는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옳은 마음(義)과 바른 행동(儀)이 만나 만들어지는 인격의 표현이다. 진실된 예의는 마음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드러나며, 거짓된 예의는 결국 허례허식에 머물고 만다. “예의는 마음에서 시작해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또한 태권도 단체에서는 진실한 마음을 담은 예의가 다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일선 태권도장에서 지도하는 사범님들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태권도의 예의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이라 불렸던 것처럼 예의(禮儀)를 통해서 상호존중과 이해,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태권도 문화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