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장의 상징은 곧 태권도의 상징이다. 그 자리가 바로 서면 태권도의 미래도 바로 선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후보 개인의 배경을 따지기보다,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무를 누가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결국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자리이며, 그 자리가 요구하는 무게다.
#선거보다 중요한 질문
오는 9월 19일, 제18대 국기원장 선거가 열린다. 세 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인물 경쟁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기원장이라는 자리가 상징하는 바와 그 자리가 지닌 무게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누가’보다 ‘어떤 자리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제18대 국기원장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이 손을 잡고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국기원은 「태권도진흥법」 제19조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기술 연구, 단·품 심사, 지도자 교육, 시범단 파견, 국제 교류, 복지 증진이 법에 명시된 임무다. 그러나 법이 규정하는 임무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 태권도의 기술과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며,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다.
한때 국기원은 국내 태권도 수련의 중앙도장으로 기능했지만, 이제는 세계 200여 개국 태권도인의 구심점이자 세계의 중앙도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단·품 심사와 지도자 교육은 국기원의 핵심 과제이며, 동시에 국기원의 권위를 지탱하는 뿌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기원장은 단순한 기관장이 아니다. 행정적 대표자를 넘어, 태권도의 얼굴이자 거울이다. 그의 판단과 비전은 곧 태권도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의 존재는 세계 태권도인에게 권위를 상징하는 얼굴이 된다.
따라서 국기원장은 행정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철학과 비전, 국제적 안목을 함께 갖춘 상징적 지도자여야 한다.
결국 국기원장이라는 자리는 ‘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태권도의 자리’다. 국기원장이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태권도의 위상도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보다 자리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국기원장의 상징은 곧 태권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책무(責務)
첫째, 정통성의 수호자여야 한다.
국기원의 단증은 세계 태권도인에게는 자존심이다. 한 장의 종이가 아니라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다. 원장은 이 단증의 무게를 지켜내야 한다. 대학 총장 출신이든, 도장 관장 출신이든, 시범단 출신이든, 이 권위를 지켜내는 역할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둘째, 철학자여야 한다.
태권도는 발차기와 겨루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의, 절제, 인내 같은 가치가 수련의 본질이다. 원장은 이 가치를 시대에 맞게 풀어내고 교육 현장에 녹여내야 한다. 학문적 경험을 가진 이는 이 철학을 학문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현장 지도자는 이를 교육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으며, 시범단 경험자는 이를 몸짓과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을 현실에 녹여낼 수 있는가이다.
셋째, 외교관이어야 한다.
태권도는 이미 213개국에 뿌리내렸다. 국기원장은 각국 협회와 손을 잡고 태권도의 외교적 가치를 키워야 한다. 국제 교류의 무대에서는 학문적 권위, 현장 경험, 시범 외교 모두가 소중하다. 원장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넷째, 태권도장을 존중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국기원의 살림은 심사 수수료와 교육 수익에서 나온다. 이 수입의 대부분은 전국 도장에서 흘러들어온다. 따라서 국기원장은 태권도장을 하찮게 보지 않고, 태권도 지도자를 존중하며 세워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도장과 지도자의 땀과 노력이 국기원을 떠받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정신적 리더여야 한다.
“태권도를 하면 인성이 좋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책임이 국기원장에게 있다. 대학의 지식으로든, 도장의 현장으로든, 시범의 감동으로든, 그 길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사회 속에서 태권도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책임은 같다.
여섯째, 투명성의 회복자여야 한다.
국기원은 오랫동안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정치적 다툼과 재정 문제는 태권도의 얼굴을 흐리게 했다. 새 원장은 그 불신을 정리하고, 다시 신뢰를 세워야 한다. 어느 배경에서 왔든, 권력 싸움이 아닌 태권도의 미래를 위한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세워야 한다.
#이론적 해석
사회학자 조지 하버트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은 이러한 국기원장의 자리를 해석하는 데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미드에 따르면 개인의 자아와 역할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특히 ‘일반화된 타자’ 개념은, 국기원장이 단순히 개인의 경력으로 정의되는 자리가 아니라, 태권도 사회 전체가 부여하는 기대와 상징적 의미 속에서 규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기원장은 태권도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상징을 내면화하고 실천함으로써, 그 자리의 의미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강화하는 존재다. 결국 국기원장의 상징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태권도 공동체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인 것이다.
국기원 누리집에 있는 '국기원장 선거' 안내문
#상징의 무게, 자리가 답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한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태권도의 미래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국기원장은 행정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철학자이면서 외교관이어야 하고, 동시에 정신적 지도자여야 한다.
따라서 결론은 결국 “누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국기원장이란 자리는 이미 태권도의 상징이고, 그 상징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국기원장의 상징은 곧 태권도의 상징이다. 그 자리가 바로 서면 태권도의 미래도 바로 선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후보 개인의 배경을 따지기보다,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무를 누가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결국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자리이며, 그 자리가 요구하는 무게다.
[이용우 필자 주요 경력]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사 취득
-한국체육대학교 석사-박사학위 취득
-대한태권도협회 교육강사
-태권도진흥재단 외부전문강사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무예지도자
-대구한의대학교 출강
-대구가톨릭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