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경진대회가 실패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경고로 받아들여져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질문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대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지도자들의 불안과 고민이 말해질 수 있는 공간인가, 아니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행사인가.

이 칼럼에서 나는 태권도를 하나의 ‘사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글은 그 시선으로 바라본 하나의 장면, 2025년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해 11월,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최한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취지는 분명했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태권도 도장 경영 사례를 소개하고, 태권도 지도자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였다.

그러나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회는 과연 흥행했는가. 지도자들의 관심을 받았는가.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은 지금의 태권도 현실에 의미 있는 자극을 주었는가.

#경진대회는 열렸지만, ‘사건’은 발생하지 않아

냉정하게 말해,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경진대회는 열렸지만,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때 이 경진대회는 지도자들이 몰려드는 자리였다.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 그 자체가 궁금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달랐다.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행사는 존재했지만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질문도, 기존 질서를 흔드는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이미 예상 가능한 성공 서사가 반복되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백석대 강당에서 열린 2025년 KTA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

지도자들은 더 이상 “태권도 운동 방법에 이런 운동방법도 있습니다”라는 말에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현장은 생존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 차별화의 문제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그 불안은 무대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경진대회는 안전했고, 그래서 무난했으며, 그만큼 무력했다.

#의미가 이동한 자리: 왜 사람들은 다른 무대로 갔는가

경진대회의 침체는 지도자들의 태권도 도장 경영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지도자들의 관심은 분명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김선수, 그리고 그의 제자인 박태환 관장이 진행한 ‘미친울림’ 강의는 흥행에 성공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강사의 역량 차이가 아니다.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의미가 생성되는 장소가 이동한 것이다. 그 강의에서는 지도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 콘텐츠, 부모 상담, 매출, 차별성 확보가 직접적으로 다뤄졌다. 제도권이 조심스럽게 회피해 온 질문들이 그곳에서는 전면에 등장했다. 지도자들은 권위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문제를 말해주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김선수-박태환 스승과 제자가 주최한 태권도장 세미나 홍보물. 출처=미친울림 블로그

#경진대회가 잃어버린 것: 긴장과 위험 그리고 성공

경진대회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규모도, 형식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긴장과 위험이다. 다음으로는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도 알려주어야 한다. 즉 실패한 사례가 말해질 수 있는가, 잘되지 않은 도장이 질문의 중심에 설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실제적으로 인원을 많이 모을 수 있는가l,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지도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해답이 없다면 경진대회는 계속해서 형식적인 행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또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것이다.

#경진대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는 분명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성공 사례를 전시하는 무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태권도 도장이 처한 현실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모색하는 장으로 전환할 것인가.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후자를 선택하지 않는 한 이 대회의 의미 회복은 어렵다.

태권도라는 사회는 이미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통계보다 빠르게, 현장 지도자들의 이동을 통해 드러난다. KTA 미래인재양성교육과 전문교육과정이 인원 미달로 연기되었던 현상, 이후 진행된 교육에서도 나타난 저조한 관심, 그리고 이번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까지 이어진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개별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들이 더 이상 지도자들의 현실과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번 경진대회가 실패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경고로 받아들여져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질문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대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지도자들의 불안과 고민이 말해질 수 있는 공간인가, 아니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행사인가.

사회는 의미 없는 제도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다. 지금의 경진대회는 ‘계속되어야 할 행사’로는 남아 있지만, ‘기다려지는 사건’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운영의 실패라기보다, 시대 변화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유예해 온 결과에 가깝다.

이것이 사회학의 시선으로 본 2025년 전국 태권도장 경진대회의 한 장면이다.

[이용우 필자 주요 경력]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사 취득
-한국체육대학교 석사-박사학위 취득
-대한태권도협회 교육강사
-태권도진흥재단 외부전문강사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무예지도자
-대구한의대학교 출강
-대구가톨릭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