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일본에서 태권도 지도자 활동, 2021년 정부파견사범으로 선발돼 임무 충실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지원 속에 태권도 보급 활동 활발, 초등 정규과목 태권도 지도 맡아
-이광호 사범"일본 태권도 인구 늘어나려면 전국체육대회에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돼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광호 사범(56, 9단)은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기원 정부파견 사범이다. 현재 일본에서 주(駐) 대한민국대사관(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의 지원과 후원 속에 태권도 보급과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3월, 국기원 9단에 승단한 이광호 사범이 승단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1979년 10살 때 태권도에 입문한 이광호 사범은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진학해 시범단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부터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 입단해 해외 파견시범 활동을 한 후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 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 사범이 국기원 정부파견사범시험에 합격해 일본에 파견된 것은 2021년이다. 물론 2003년 일본 효고현태권도협회 소속의 코치로 활동하면서 일본 태권도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체험했다.
일본의 태권도 보급과 저변 환경은 척박하다. 일반인 중에서 태권도를 수련하고 단을 취득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국기원 단증을 취득한 일본인은 2024년 6월 현재 6천 명(누적)을 조금 웃돈다. <도표 참조>
국기원 단증 취득 국가 현황92024년 6월 기준). 자료=국기원 국제사업국
현재 일본은 1, 2, 3단이 되면 누구나 태권도를 지도하고 도장을 운영할 수 있다. 태권도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개인 등록과 코치 세미나를 받으면 전국대회 코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범은 "이런 현실이 이해가 안 된다"며 "태권도 단에 대한 기준도 없고 4단 이상 심사를 보는 지도자도 적다. 5, 6단 더 하다. 4단 이상 해외 지도자 교육은 거의 받지 않는 게 일본 태권도계"라며,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범은 주(駐)오사카 한국문화원 소속으로 오사카태권도협회와 효고현태권도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駐)고베대한민국 태권도총영사배와 오사카오픈태권도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 대회는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대한민국총영사관과 한국교육원, 재일대한체육회, 재일본대한태권도협회로부터 지원과 협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오픈대회에서 이광호 사범(왼쪽)이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7월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Q. 태권도 분야 중 시범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A. 지금 생각하면 겨루기 선수보다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범이 좋아서 앞으로 시범단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시범은 배워도 끝이 없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Q. 언제부터 태권도 지도자 생활을 했나.
A. 태권도를 직업으로 결정한 이유는 대학을 다니면서 서울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에서 코치로 일을 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직업으로써 보람도 있다고 생각하해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45년 동안 태권도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Q. 일본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
A. 22년 동안 일본에서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로 지진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2013년 동부 대지진이 후쿠시마에서 발생하여 스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그때 나는 후쿠시마현 태권도협회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진 경험을 하였고 피난 생활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태권도 정신으로 이겨내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걸어온 태권도 인생(길)이 궁금하다.
A. 일본에 오기 전에 대학 2학년 방학 때 처음으로 대만에서 태권도를 지도했다. 대만은 오래전부터 태권도 교류가 활발해 겨루기 팀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나는 1993년 처음으로 대만 장화에 가서 겨루기와 시범을 가르쳤고, 그 당시에는 태권도 시범을 가르치는 사범이 대만에는 없어서 인기가 좋아 다른 지역에 가서도 세미나를 했다. 태권도 지도는 3개월간 국기원에서 파견해 진행했다. 그 계기로 현재 대만은 품새와 시범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은 대학시절 국기원 시범단원과 국가대표 어린이 시범단 코치로 포틀랜드, 시애틀, LA, 휴스턴, 워싱턴 DC, 등 시범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메리카 드림이 생겨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1996년에 아이오와 대학과 버지니아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게 되었다.
미국은 태권도 보급이 잘 되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통 태권도가 아닌 동양 무술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기구를 이용한 무술과 호신술, 태권도 등 여러가지 무술을 가르쳐야 했다. 특히 예전 품새인 팔괘를 배워서 지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태권도와 코리아 가라테 도장을 어디서나 도장을 볼 수가 있었다.
1996년 전후로 많은 한국 사범들이 진출했지만 비자와 계약 문제로 돌아오는 사범들도 많았고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1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해 국제협력단에서 파견해 온두라스 국가대표 코치로 출국했다.
온두라스는 태권도를 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훈련하는 등 태권도 용품도 부족해 어려움 것이 많았다. 태권도 지도는 겨루기와 품새 시범까지 지도했다. 제1회 멕시코 오픈대회에서 처음으로 온두라스 국가대표 선수가 품새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7년 IMF 계기로 KOICA 국제협력단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남미에 있는 칠레 지방협회와 계약을 맺어 칠레팀을 지도하게 되었다. 칠레는 태권도 인구는 적지만 경찰들도 태권도를 배우고 있으며 태권도장은 적다. 태권도 인구도 적어 선수들에게 지원이 부족하고 훈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Q. 언제, 어떤 동기로 국기원 파견 사범이 되었나.
A. 2003년 5월 일본 효고현 태권도협회에서 한국으로 코치 요청이 들어와 결정했다. 처음에는 3월개만 지도하기로 하고 일본에 왔다. 막상 일본에 와서 지도해 보니 태권도 인구가 없어 여기서 태권도 보급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때부터 겨루기와 품새, 시범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도해 겨루기와 품새 일본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게 되었다.
2021년 11월, 국기원 파견사범으로 선발되어 12월 8일 일본으로 파견되었다. 현재 오사카 한국 문화원 소속으로 초-중-고등학교 정규수업과 클럽 활동 오사카 지역 도장과 협회에서 태권도 세미나 지원 및 태권도 시범단을 통한 각종 행사에서 태권도 보급 활동을 하고 있다.
Q. 일본은 태권도 취약 국가인데,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
A. 일본 학교와 한국 학교, 국제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다. 내가 가르친 제자가 일본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했을 때와 오사카 건국 고등학교 태권도부 졸업생들이 매년 한국에 있는 연세대, 항공대, 해양대 좋은 대학으로 진학한 후 방학 때 태권도부를 방문해 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또 2022년에 TV에 출연해 인간국보로 인정받아 증명서를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또 제자들이 성장하여 태권도 정신을 바탕으로 변호사, 의사, 경찰 등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 찾아왔을 때가 가장 기뻤다.
올해 봄, 이광호 사범이 건국초등학교 태권도 정규수업 시간에 시범 발차기를 지도하고 있다.
Q. 최근 오사카 건국초등학교에서 태권도 정규수업을 진행하게 된 동기는.
A. 건국 초-중-고등학교는 1946년 3월 설립한 한국 학교로, 태권도를 초등학교 정규 수업으로 4-6학년들이 매주 토요일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13년 전부터 태권도 역사와 정신, 예의 등 태권도 기본 동작과 발차기, 품새, 겨루기, 시범 등 다양한 기술을 지도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과 목표가 있을텐데.
A. 일본에서 22년동안 태권도를 지도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일본 태권도가 발전하려며 먼저 중앙협회가 행정을 잘 해야 한다. 경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태권도 보급과 저변확대를 하기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첫째, 주니어를 양성하고 시니어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전일본태권도협회가 일본체육회에 가맹하고 47개 도도부현 태권도협회들이 가맹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현재 체육회에 가맹한 도협회는 후쿠시마현태권도협회, 니가타현태권도협회, 나라현태권도협회, 구마모토현태권도협회, 고지현태권도협회 5개 도협회가 체육회에 가맹되어 있다. 그것이 되면 일본전국체육대회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들어 갈 수 있다.
2025년 6월, 이광호 사범(왼쪽 앞줄)이 주(駐)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태권도 강좌 시간에 일반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이 되면 일본에 있는 각 학교에서도 관심을 갖고 클럽을 만들어 선수를 양성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태권도 인구가 20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것이 일본태권도 협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겨루기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태권도협회는 품새 국가대표에게는 지원이 이루지지 않고 있다. 유니폼마저 개인이 지불하고 세계대회와 국제대회에 참가해도 개인 선수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또 태권도 시범단을 만들어 중앙 협회가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내가 활동하는 오사카태권도협회가 유일하게 태권도 시범단이 있어 각종 행사에서 시범 활동하고 있다. 시범을 통한 태권도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 사범은 일본 태권도의 질적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 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