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지정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이다. 국기원은 더 늦기 전에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품격을 위해 이제는 침묵을 거두어야 한다.
태권도 국가유산 지정 문제가 또 한 해를 넘기며 안개 속을 걷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불투명한 심사, 이유를 밝히지 않은 ‘보류’ 결정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작 더 깊은 의문은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이 왜 말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태권도는 누구의 것인가.
특정 기관의 것도, 일부 단체의 것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온 대한민국의 자랑이며,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자산이다.
그러나 올해 국가유산 심사 과정은 국민도, 태권도계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되었고 결국 이유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보류’라는 결과만 남았다. 도대체 무엇을 보완해야 하며, 왜 보류되었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 상황. 이것이 과연 국가유산 행정이라 할 수 있는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국기원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태권도의 역사적 근거, 연구성과, 학술자료…국기원은 이미 국가유산 지정을 뒷받침할 중요한 토대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유산청과의 자료 공유나 협력 요청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의 뿌리를 지켜온 기관이 정작 태권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면 국기원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묻는다. 국기원은 왜 침묵하는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잊은 것인가.
태권도 국가유산 지정은 국기원이 앞장서 요구하고, 주도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지금의 침묵은 태권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국기원이 스스로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를 정중히 요구한다.
-국기원은 태권도 국가유산 지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즉시 밝힐 것.
-국가유산청과의 연구자료 공유 및 협력체계를 신속히 구축할 것.
-국민 앞에 투명한 절차와 추진 계획을 설명할 것.
태권도가 한 지방의 ‘겨루기 유산’으로 머무르는 동안 정작 태권도의 본산은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이 문제에 국기원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기관도 태권도의 정통성을 대변할 수 없다.
국가유산 지정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이다. 국기원은 더 늦기 전에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품격을 위해 이제는 침묵을 거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