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도장이 안전한 교육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자격 관리, 도장 운영의 개방성, 학부모의 참여, 그리고 수련생 권리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일부 지도자의 일탈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이 반복되도록 허용해온 태권도 도장의 구조이다. 구조를 바꿀 때 비로소 태권도, 수련생, 그리고 선량한 지도자들을 함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관점에서,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태권도 도장의 사건사고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태권도 도장에서 일어난 폭력과 학대, 성폭력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네 살 아동을 거꾸로 매달아 사망에 이르게 한 관장, 여성 관원의 탈의실을 몰래 촬영한 지도자, 놀이를 가장해 제자들에게 음란행위를 한 관장, 그리고 사범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 사례까지. 가해자의 얼굴도, 지역도,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사회에서는 늘 같은 말이 반복된다.

“그 관장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는 매우 불충분한 설명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사건들이 같은 공간(태권도 도장), 같은 권력 관계(지도자-수련생), 같은 문화(교육과 믿음)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뒤르켐은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에서 “사회적 사실의 원인은 개인 내부가 아니라 사회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태권도 도장의 문제를 단순히 관장 개인의 성향이나 도덕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그러한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조건, 문화적 배경, 권력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5살 어린이 '의식불명' 태권도 관장. 출처=연합뉴스(2024.07.14.)

#태권도 도장이 가진 권력의 구조

태권도 도장은 일반 학교나 학원과는 다른 사회적 장(場)이다. 지도자는 기술 지도와 인성교육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수련생은 “관장님을 통해 성장한다”는 문화 속에서 사회화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도자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권력으로 전환된다. 학부모들이 “관장님 말씀 잘 들어라”, “저는 관장님을 믿고 맡깁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지도자는 도덕적 권위까지 위임받으며 자신의 행동과 지도가 정당화되기 쉬워진다.

특히 태권도는 신체를 다루는 운동이기 때문에 신체 접촉이 훈련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스포츠사회학 연구들은 이러한 신체적 접촉이 성폭력 및 접촉 관련 범죄의 위험성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일반적으로 운동 지도자의 카리스마는 긍정적인 지도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태권도 도장의 주요 대상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도자의 작은 권력 남용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도자의폭력적 태도나 과도한 강압은 쉽게 ‘교육’이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사회학에서는 이러한 지도자 권력을 신체적 권력, 정서적 권력, 조직적 권력이라는 삼중 구조로 설명한다. 신체적 권력은 기술·자세·동작 등 몸을 통제하는 힘이며(푸코의 규율권력), 정서적 권력은 칭찬·처벌·관계 조절 등을 통해 감정을 지배하는 힘이다(혹실드의 감정노동). 조직적 권력은 심사·승급·출전 여부 등 제도적 권한을 통제하는 힘으로, 부르디외의 상징적 폭력 연구와도 연결된다.

이 세 권력이 지도자에게 집중될 때, 스포츠사회학에서는 이를 “위험 환경(risk environment)”으로 본다. 태권도장에서 사건이 반복된 이유 또한 이러한 권력 구조의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다르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태권도장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음란행위, 불법촬영, 성폭행 사건은 언뜻 보면 모두 서로 다른 범죄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이 사건들은 동일한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지도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감시 부재, 훈육 담론을 통한 정당화, 신체 접촉의 일상성, 아동·청소년의 취약성, 그리고 태권도 산업의 경쟁 구조는 모두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형성한다. 특히 도장은 생존을 위해 관원을 확보해야 하고, 부모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야 하는 압박 속에서 심사나 대회 성적이 지도자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권도 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은 오히려 태권도계 전체를 위험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관장과 사범은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교육을 실천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면 선량한 지도자들까지 사회적 신뢰 하락의 피해를 떠안게 된다. 뒤르켐이 말했듯, 사회는 개인보다 강력하며 개인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다. 태권도 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덕성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반복시키는 구조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태권도를 지키기 위한 구조적 변화

태권도 도장이 안전한 교육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자격 관리, 도장 운영의 개방성, 학부모의 참여, 그리고 수련생 권리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도자의 자격은 정기적으로 갱신하고, 기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적 안전과 윤리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도장 내부의 구조는 최대한 개방적으로 운영하여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개인 지도는 반드시 공개된 공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학부모는 맡기고 끝내는 태도가 아니라, 협력·감독·점검의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아동·청소년에게는 거절권, 발화권, 신체 주권 등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뒤르켐은 “범죄는 사회의 구조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사회학은 이 구조를 더욱 세밀하게 해부한다. 태권도 도장의 권력 관계, 신체 규율, 폐쇄성, 산업 구조는 모두 폭력과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형성한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일부 지도자의 일탈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이 반복되도록 허용해온 태권도 도장의 구조이다. 구조를 바꿀 때 비로소 태권도, 수련생, 그리고 선량한 지도자들을 함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우 필자 주요 경력]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사 취득
-한국체육대학교 석사-박사학위 취득
-대한태권도협회 교육강사
-태권도진흥재단 외부전문강사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무예지도자
-대구한의대학교 출강
-대구가톨릭대학교 출강